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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구강 세균이 심장병과 연결되는 숨겨진 과학적 이유

by 건강하고 싶은 2025. 5. 7.

구강 세균이 심장병과 연결되는 숨겨진 과학적 이유

구강 건강과 심장병 사이의 연관성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두 영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의 상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강 내 세균이 어떻게 전신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혈관 내벽의 기능을 교란시켜 심장병 발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치주병 세균, 혈관 내피세포를 직접 공격하다

치주염을 유발하는 대표 세균 중 하나인 Porphyromonas gingivalis는 단순히 잇몸을 붓게 하거나 피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세균은 혈류를 통해 이동하며, 심장의 혈관을 이루는 내피세포(endothelial cell)에 도달해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인 ‘리포폴리사카라이드(LPS)’는 혈관벽의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염증 반응을 증폭시킵니다.

즉, 구강 내에 국한된 세균 감염이 전신으로 확산되어 심혈관계의 구조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염증은 죽상동맥경화증(동맥벽에 플라크가 쌓이는 현상)을 가속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치명적인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입속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이 전신 면역을 교란한다

건강한 사람의 입속에는 수천 종의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며 공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잦은 흡연, 잘못된 식습관, 불완전한 칫솔질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이 균형이 깨지면 병원성 세균이 우세해지고, 이는 단지 입 냄새나 충치의 원인을 넘어 신체 전반의 면역체계를 흔들 수 있습니다.

구강 세균이 혈류를 타고 전신을 순환하게 되면, 면역세포는 세균을 제거하려는 과잉 반응을 보이며 만성 염증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혈관계를 포함한 주요 장기에 염증성 물질이 축적되어, 동맥이 단단해지고 유연성을 잃는 ‘동맥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입속에서 시작된 미생물 불균형이 심장에 영향을 주는 염증의 시발점이 되는 셈입니다.


3. 심장판막 감염, 구강 세균이 일으킨다?

감염성 심내막염이라는 병명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는 심장의 내막이나 판막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질환의 주요 원인균 중 상당수가 구강 세균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치과 치료를 받은 직후나 심한 치주염을 방치한 환자에게서 이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구강 내 상처나 염증을 통해 혈류로 들어간 세균이 심장 판막에 부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존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단순한 구강 세균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입속 염증이 자율신경계까지 자극한다는 최신 이론

최근 들어 구강 세균이 단순히 염증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혈압, 심박수, 호흡 등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구강 내 염증이 뇌신경을 경유해 이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치주염이 심한 환자에서 심박수 변화율(HRV)이 낮게 측정된다는 연구들이 있으며, 이는 심장 리듬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 저하를 의미합니다. 구강 세균이 자율신경계 기능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심장 기능에 간접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간과되어 온 중요한 연결 고리로 볼 수 있습니다.


요약 정리

  1. 치주염 세균은 혈류를 통해 혈관 내피를 직접 손상시킨다.
  2. 입속 세균 불균형은 전신 면역을 교란하며 만성 염증을 유도한다.
  3. 구강 세균은 심장판막에 감염을 일으켜 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4. 구강 염증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심박수 및 혈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입 건강’은 단지 미소를 위한 것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관리 영역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